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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자유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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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제안하며
회의명
제246회-제1차 본회의(2021.11.15 월요일)
의원(발언자)
김태우 의원
발언내용

   저는 오늘 ‘수성구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제안하며’ 라는 주제로 5분 자유발언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구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사건들을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제가 알기로는 전체 발생되는 사건의 10분의 1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언론에 노출된 강력범죄 정도만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지 않은 성범죄 사건들이 훨씬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해서 고통 받는 피해자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 수성구 관내에서 언론에 노출된 사건들만 해도 적지 않습니다. 가깝게는 2019년에 있었던 만촌동 스타강사의 성폭력과 불법촬영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에 유명 올림픽 메달 출신 유도관장이 수성구 자신의 집에서 미성년자 제자를 성폭행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년 연말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은행의 본점 직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 내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붙잡힌 일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평소 친분이 있고 가까운 사이에 일어나는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생이나 성직자와 신도, 그리고 복지시설의 운영자와 아동, 의사와 환자, 회사 동료 등 신뢰를 쌓아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자행되는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범죄를 그루밍 성범죄라고 하는데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들이 보통 자신이 학대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과 피해자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표면적으로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 등 때문에 수사나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므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수사나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루밍 성범죄 외에도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위계에 의한 강압으로 여성 공무원에게 자행한 성범죄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가해자의 지지자들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피해자를 기만하고 2차 피해를 가했습니다. 이처럼 요즘 일어나는 성범죄는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는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당장 피해자는 어떠한 조치와 행동을 해야 되고, 가해자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모르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신고를 하고, 법적인 절차는 어떻게 진행해야 되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에게는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된 범죄에 관해서는 피해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에게 법률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정서적 불안감을 함께 해결해 줄 통합적인 상담이 필요합니다.
   우리 수성구도 2020년 10월까지는 범어동에 대구여성통합상담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중구로 이전되면서 수성구에는 관련 상담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에서 성범죄에 관한 상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구에서 성범죄 피해로 힘들어 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앞에서 그루밍 성범죄를 말씀드렸지만 이와 함께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N번방 사건 같은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피해 확산 범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10대 피해자가 1,268명으로 3년 새 11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는 2차, 3차 가해까지 가능한 상황이라서 지자체 차원의 예방과 보호, 그리고 지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성구도 성범죄 피해와 관련한 대비와 함께 전수조사를 통한 피해자 지원정책을 펼쳐야 할 때입니다.
   우리 수성구가 성범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경찰청 자료에서도 나타납니다. 경찰청에서는 ‘프리카스’라는 AI 기반의 범죄 위험도 예측 분석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프리카스’ 분석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을 1등급 구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남구 대명동이 18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달성군 현풍읍이 17곳이었으며, 세 번째로 많은 곳이 범어동 16곳입니다. 대구에서 성범죄 위험도 1등급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 범어동인 만큼 성범죄에 대한 예방과 피해지원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된다고 본 의원은 생각합니다.
   물론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있고, 센터와 연계해서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대구 지역 상담소가 남구에 있지만 이러한 센터는 디지털성범죄에 포커스가 맞춰 있다 보니 다른 성범죄 상담에 있어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중심으로 이러한 시설들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에서는 센터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신속하면서 지속적인 보호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거리에 의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성구형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의 운영을 제안합니다. 무조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가 아니라 성별을 떠나서 통합적인 성범죄에 대한 피해지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성범죄 피해자라면 당연히 여성들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남성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남성 피해자는 2016년 1,057명, 2017년 1,117명으로 늘어나고 있고 1,117명 중 10.2%가 여성 가해자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성별을 떠나서 다양한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피해 예방을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러한 센터를 운영한다고 해서 모든 성범죄 사건을 막을 수는 없고, 모든 피해자분들을 보호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피해를 예방하고, 확산되는 피해의 정도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상처받고, 막막한 심정으로 살아가는 피해자들에게는 어둠 속의 한줄기 빛처럼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는 시설이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만촌동 학원 강사의 성범죄 피해자는 1심 선고 후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진 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왜 피해자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선택까지 했을까요? 우리는 그분이 그런 선택을 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법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진행할 수는 있으나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조치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행정의 빈틈을 메우고, 이처럼 아픈 선택을 하는 분들이 없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만약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려면 많은 예산이 수반되고, 전문인력 수급 문제나 수요 문제를 포함해서 많은 어려움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의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발 빠른 대응과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구청장님과 관계공무원분들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구합니다.
   끝으로 성범죄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 확보를 위해서 다함께 노력합시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